3명의 재즈 연주자와 2명의 한국음악 연주자로 구성된 뮤직그룹 세움은 한국음악 고유의 선율과 장단에 재즈와 월드뮤직을 창의적으로 결합하는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2015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최고평점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세움은 이후, 아시아, 유럽, 미국에서 아프리카, 중동지역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의 공연 무대에서 그 실력과 성과를 인정받는 한편, 클래식 오케스트라부터 미국과 일본의 재즈 연주자들과 두바이의 전통음악연주단 등 다른 음악가들과의 음반녹음과 합동공연과 같은 협업을 통해 음악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뮤직그룹 세움은 이번 공연 <Korean Breath - 만파 萬波>를 통해 현시대의 만파식적을 재현하려 합니다. 만파식적의 거대한 소리와 연주자들의 음악은 인간의 호흡에서 시작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세상을 만파식적의 피리 소리가 구해준 것과 같이, 연주자들의 안에서 흐르고 있는 숨으로 만들어내는 음악으로 관객과 함께 숨 쉬며 모든 이의 마음을 품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장 안에서 함께 호흡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새로운 희망을 전하고, 나아가 관객 한 명 한 명의 온기가 세상에 만파처럼 널리 퍼지기를 바랍니다.
<b>1. 손 (5분)</b>
인간을 집어삼키는 심연은 알 수 없는 곳에서 다가와 삶을 흔들곤 합니다.
어느 샌가 불청객처럼 나타난 악한 기운은 어쩌면 오래 전부터 아주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오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징 소리 위에 콘트라베이스와 철 가야금의 박이 어그러질 듯 어울리는 긴장감은 원치 않는 ‘손’님의 방문을 경계합니다.
<b>2. 일곱 (7분 30초)</b>
‘일곱’은 역신(疫神)과 사귀(邪鬼)를 쫓는 의식 무용인 처용무(處容舞)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인들의 평안을 기원하고자 하는 의식 음악의 의미로 창작되었습니다.
처용탈에 장식된 일곱 개의 복숭아에 담긴 벽사(辟邪)의 상징성을 7박 리듬 패턴으로 녹여내고자 하였습니다.
불안정한 7박 장단 위에 점층적으로 조여가는 선율의 절정은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만나 합을 이루며 평안에 이르길 기원합니다
<b>3. 구름길 (6분)</b>
3박과 2박이 혼합되어있는 엇모리장단은 인간의 삶 속에 희로애락이 존재하듯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굴곡은 마치 높은 산을 마침내 넘어서니 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고단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고난은 더 큰 성취감과 행복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구름길’은 이렇듯 굴곡진 삶 속에 벗어나 구름 위를 걷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희망을 떠올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창작하였습니다.
<b>4. 만파 (10분)</b>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설화에 영감을 받은 ‘만파’는 만파식적의 음악이 어지러운 나라에 평온을 가져다 주었듯, 뮤직그룹 세움의 호흡이 곧 만파의 음악이 되어 관객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궁중의 연례악이었던 만파정식지곡(萬波停息之曲)의 가야금 선율을 주제로 색소폰, 트럼펫 그리고 태평소의 대취타(大吹打) 선율까지 점점 거대한 파동이 되어 조화를 이룹니다.
조금씩 빨라지는 음악은 장구의 즉흥 연주를 통해 급격하게 휘몰아치고 곡에 절정에 이르러서는 전통 리듬의 흥과 재즈 선율의 멋이 만나 뮤직그룹 세움이 상상하는 ‘만파’, 세상을 품는 음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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